[오늘은 생각중] 국산을 애용하자고 하기 전에 품질을 생각하자
얼마 전 구매한 초소형 전기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국산 중에서도 나름 고가이기도 하고, 블랙박스라는 것이 잘 보이기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해 설치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구로 이사오고 나서 차선 변경이나 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을 빈번하게 하는 사례를 보았고, 한 번은 사고가 날 뻔 했기 때문에 신고를 하려고 굳이굳이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분리해 영상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녹화된 영상 속 화질은 너무나 처참했다. 가까이 있는 차량의 번호판 중 한글은 구분이 힘들었기 때문에 신고하기를 포기했다. 국산 블랙박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신고를 하려다가 이런 경험으로 포기한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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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거리에서 찍힌 블랙박스 확대본. 국산은 글자가 뭉개져서 잘보이지 않지만, 중국산은 잘 보인다. |
또다른 차량에 달려있는 중국산 블랙박스는 국산 블랙박스의 절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기능이 모두 들어가있다. 무선 접속을 포함해 GPS까지 포함한 가격은 18만 원, 후방 카메라를 포함시키면 20만 원 중반대지만, 국산블랙박스 본체가 35만 원이고, 와이파이 동글이나 GPS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질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중국산이 더 낫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우리 물건을 애용하자는 국산장려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단지 '국산'이라는 이유로 쓴다거나, 더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블랙박스도 AS를 이유로 국산이 더 좋다고 홍보를 하지만, 사실 그 AS라는 것도 보면 수리해서 보내주는 것이 아닌 동급의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물건이나 다름이 없고, 실제로 중국에서 조립해 오는 물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걸 진정한 국산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든다.
얼마전 알리익스프레스가 조건부로 지마켓을 조건부로 인수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때 국내 온라인쇼핑몰 최강자 중 한 곳이었던 지마켓이 중국 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 점유율 업체 1위라고 소개를 했는데,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테무산', '알리산'은 못믿는다"라며 국산을 이용하라고 입소문을 퍼뜨리고 있지만, 국내에서 한 번 구매할 비용으로, 중국에서 5번 구매할 수 있다면 대부분이 후자를 시도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바보가 아니다. "국산을 애용하자"라고 말하기 전에 국산의 품질부터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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