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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생각중] 입.꾹.닫

국가데이터센터로 정부 행정망이 멈췄다. 지자체는 메일 발송이 되지 않아 웹하드나 개인 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고 있고, 정보공개청구로 받아야 할 자료도 다운로드를 받을 수가 없다. 사고는 UPS라고 불리는 무정전공급장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UPS가 무슨 장비인가 싶은 분들이 있겠지만 쉽게 말하면 '배터리'이다. 그러니 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다가 불이 났고, 그 불로 인해 행정망이 마비가 됐다고 보면 된다.   가장 이해가 안가는 것이 메인 서버와 백업 서버를 왜 한 곳에 모아두었냐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라지만 메인데이터가 소실되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업서버는 다룬 곳에 구축해두는 것이 보안의 가장 기본이자,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메인 서버와 백업 서버를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둘 경우, 건물 폭파, 재난으로 인한 붕괴 등으로 서버가 소실되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백업 서버를 다른 곳에 있었다면, 메인 서버가 셧다운 됐을 경우에 백업 서버를 메인 서버로 전환해 가동했다면 행정마비라는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시스템 복잡성이 높아지거나, 운영, 유지 비용이 높아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정부시스템이 마비돼 혼란을 겪는 비용보다는 저렴할 것이라 생각한다. 피해를 입지 않은 서버를 조금씩 가동시키며 검증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작업 역시 행정비용을 추가 투입해 이뤄지는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겪는 불편비용은 수조, 수억 원에 달할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은 편하게, 효율은 최고로 높게를 누구보다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땜질식 처방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하마터면', '우려'와 같은 단어들을 쓰면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한다.", "오버한다" 라며 말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말로 걱정돼 말을 하는 사람들마저 입을 다물게 만든다.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 역시 누군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오늘은 생각중] 그냥 주저리 주저리 쓰는 글

내가 기자라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은 10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그 전에는 여러 방송 제작일을 했었는데, 예능이나 강연, 뉴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어릴 적부터 영상 촬영과 편집을 배웠고, 당시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나름 써주는 곳이 많았다. 기자라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은 KBS에서 방송제작요원을 하고 있었을 당시 함께 일했던 기자 선배가 기자를 권했었고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발을 들였던 것이다. 어쩌다보니 나와 잘 맞아서 계속 이 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선배가 재작년 탈주해 대통령실로 옮기면서 직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최근에는 "차라리 영상 편집을 계속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더러 든다.  유튜브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활성화로 끼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마구 펼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런 콘텐츠를 제작할 깜냥이 됐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간혹 든다.(지금은 현업에 치여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적극적이진 않다) 그래도 수년간 밥벌이로 해온 일이기에 기본적인 조작법은 몸이 기억하고 있지만, 내 정신이 영상편집 일을 하기를 거부한다. 구성, 촬영, 편집, 완제에 쫓기면서 일주일 내내 살다보니, 이제는 자유로워졌는데도 일을 하고싶지 않아한다. 영상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 선배가 사모님의 유튜브 영상 촬영과 편집을 하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 종일 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지겹지 않으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수년간 해온 일이기에 익숙하지만, 그것을 회사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이어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돌아보니 내가 영상 편집을 놨던 것이 MBN에 영상편집 사원으로 입사하면서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즐거웠던 일도 일이 되면 즐겁지가 않다는 것이 나에게는 영상 촬영과 편집이었고, 또 다른 흥미를 느끼기 위해 찾은 것이 기자일인 것 같다. 다행히 기자일은 업이 됐는데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