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사람이 잘못이다"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 등의 사건 기사를 보면 "저런 수법에 속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피의자를 탓하기 보다는 속은 피해자가 잘못이라 몰아세우기도 한다. 나도 취재를 하다보면 "피해자가 불로소득을 보려다가 당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피해자를 순수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뉴스모니터링을 하다 '다크패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다크패턴'은 사람을 속이기 위해 물건을 사도록 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유도하는 행동이다. 가령 1천 원 짜리 물건 3개를 묶어놓은 뒤, 원래 가격은 6천 원인데 5천 원에 할인판매하는 것처럼 포장해 구매를 유도하는 행동이다. 원래 1천 원에 파는 것을 2천 원에 파는 것처럼 파는 것이 그렇게 좋게보이진 않는다. 그렇다고 6천 원에 파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독일의 법학자가 쓴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언이 나온다. 나에게 유리한 상황일지라도, 내가 주장하지 않는다면 법은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비자 정가제, 정찰제와 같이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도구에 익숙해져, 이런 다크패턴에 대해 의심하지 않아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다크패턴'이 기업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는 '마케팅 기법'이다. 명절이 되면 선물 세트 가격이 '포장비'를 이유로 유독 비싸지거나, 봄철 밭떼기로 떼온 5백 원짜리 사과가 추석이 되자 '명품'이라는 이유로 개당 5천 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불편해할 순 있지만, 무작정 기업을 비난하지도 못한다. 기업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제품을 포장한 '마케팅'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