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각중] 입.꾹.닫

국가데이터센터로 정부 행정망이 멈췄다. 지자체는 메일 발송이 되지 않아 웹하드나 개인 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고 있고, 정보공개청구로 받아야 할 자료도 다운로드를 받을 수가 없다. 사고는 UPS라고 불리는 무정전공급장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UPS가 무슨 장비인가 싶은 분들이 있겠지만 쉽게 말하면 '배터리'이다. 그러니 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다가 불이 났고, 그 불로 인해 행정망이 마비가 됐다고 보면 된다.   가장 이해가 안가는 것이 메인 서버와 백업 서버를 왜 한 곳에 모아두었냐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라지만 메인데이터가 소실되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업서버는 다룬 곳에 구축해두는 것이 보안의 가장 기본이자,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메인 서버와 백업 서버를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둘 경우, 건물 폭파, 재난으로 인한 붕괴 등으로 서버가 소실되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백업 서버를 다른 곳에 있었다면, 메인 서버가 셧다운 됐을 경우에 백업 서버를 메인 서버로 전환해 가동했다면 행정마비라는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시스템 복잡성이 높아지거나, 운영, 유지 비용이 높아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정부시스템이 마비돼 혼란을 겪는 비용보다는 저렴할 것이라 생각한다. 피해를 입지 않은 서버를 조금씩 가동시키며 검증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작업 역시 행정비용을 추가 투입해 이뤄지는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겪는 불편비용은 수조, 수억 원에 달할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은 편하게, 효율은 최고로 높게를 누구보다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땜질식 처방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하마터면', '우려'와 같은 단어들을 쓰면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걱정한다.", "오버한다" 라며 말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말로 걱정돼 말을 하는 사람들마저 입을 다물게 만든다.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 역시 누군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오늘은 생각중] 비상주 공유오피스, 범죄를 양산하지는 않을까?

최근 언론사 창립에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비상주 공유 오피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돈을 내고 공간을 빌리는 공유오피스와는 달리, 이건 주소를 빌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서비스이다. 그러니까 회사 실체는 없는 것 같다.  추적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역에 설립된 중소기업의 실체를 까발렸던 적이 있다. 지자체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우리 지역에 오면 지원금도 드리고, 사무실도 드려요"라며 기업을 유치했는데, 정작 빌려준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고, 우편함에는 각종 지로용지만 가득 꽂혀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조차 없어 보이는 그곳은 벤처기업이 지원금을 빼먹기 위해 설립한, 사실상 서류상 회사였다. 지역의 고용창출 효과는? 당연히 없었다. 국세청에서는 세액감면을 받기 위해 실제로는 서울에서 업무를 보면서 지방의 공유오피스에 회사를 등록해놓은 사업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지원금의 원천이 세금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나라 곳간을 축내는 도둑놈들이 아닌가. 비상주 공유 오피스를 둘러싼 문제는 많지만 지금도 공유 오피스 운영자들은 누군가에게 주소를 빌려주고, 그 누군가는 주소를 이용해서 사기를 저지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사기로 피해를 당한다. 그럼 사기꾼에게 주소를 빌려준 사람은 책임이 없을까? 비상주 오피스 주소 제공이 직접적인 불법은 아니더라도, 범죄에 악용될 경우 일정한 관리 책임은 따라야 한다. 마치 칼이 흉기로 쓰였을 때 제작자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칼을 아무렇게나 방치한 가게 주인에게는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과 같다. 비상주 공유 오피스가 범죄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단순히 '합법' 여부만 따지기보다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은 생각중] 프로불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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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이니스프리 영상 이니스프리가 신제품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가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과하고 문제의 장면을 삭제했다. 해당 영상은 인플루언서의 얼굴에 우유로 추정되는 흰 액체를 붓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광고업체는 우유처럼 부드러운 보습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니스프리가 화장품 회사이고, 피부와 관련된 제품을 판다는 것을 안다면 광고 업체의 메시지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길래, 해당 영상이 성적 이미지를 연상한다고 하는 것일까? 한때 기자는 프로불편러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 문제점에서 비롯될 상황을 과거의 사례에서 찾아 보도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도하면, 정부 관계자가 기사를 보고 개선안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구성력을 갖춰 기사를 써야 한다. 모든 사람을 설득시킬 순 없겠지만, "저 정도까진 아니지"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수도 있지"라며 일정 부분 공감할 수는 있어야 한다. 심리학적 용어에 프라이밍 효과라는 말이 있다. 특정 자극에 노출되면 이후 관련된 자극을 쉽게 떠올리거나, 인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얼굴에 우유를 붓는 영상이 성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라는 것은 쉽게 공감이 되진 않는다. 음란마귀라도 씌인게 아니라면 "저 영상이 성적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건 누군가가 얼굴에 맞아본 하얀색 액체를, 나는 맞아보지 않아서이기 때문일까? 지금은 그저 트집을 잡고 싶었던 누군가의 말에 일부가 휘둘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오늘은 생각중] 유전무죄 무전유죄

23명이 숨진 아리셀 대표가 1심 재판에서 15년 형을 선고 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역대 최고형이라고 한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혐의가 인정된 경우는 49건. 그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5건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평균 형량이 1년 초반 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형량이 굉장히 높다. 그런데 삼성이나 롯데 같은 대기업에서 이런 사고가 났더라도 똑같은 형량이 나왔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재벌들은 위법을 저지르더라도 형량이 국민 정서에 못미친 점을 생각한다면 역대 최고형이 선고된 건 아리셀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연이어 산업재해가 발생한 SPC만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아직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릴 때 우리는 생명의 무게는 누구나 똑같다고 배운다. 사회적 책임감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서 죄의 무게는 책임감과는 무관하게 똑같은 잣대로 저울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죄의 무게를 가장 공정하게 재야 할 재판부는 돈까지 저울에 올려 죄의 무게를 다르게 잰다. 영등포교도소를 탈출한 지강헌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 지 38년이 됐다. 사회에 경종을 울린 범죄자의 이야기는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돈이 없으면 유죄, 돈이 있으면 무죄.

[오늘은 생각중] 털린 것은 내 개인정보인데

최근 KT와 롯데카드 등 기업체의 해킹 사건이 잇따르고, 기업들이 보안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보안이란게 안전투자비용같이 매몰비용이고,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 투자를 점차 줄여나가다가 이런 이슈가 터지면 매번 다시 투자액을 늘린 다음 차근차근 줄여나가는 일의 반복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경제 뉴스채널을 보면 과징금 몇백 억, 몇천 억 부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가끔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도 붙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기업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부과하는 것이 '과징금'이니, 잘못이 발생했으면 그에 대한 예방조치를 위해서라도 부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털린건 내 개인정보인데, 이런 수백 억, 수천 억의 과징금 중 일부라도 나에게 떨어진 적이 있나? 수십 번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내가 이 돈 중 10원이라도 받은 적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내 피해에 대한 구제를 받으려면 복잡한 소송절차를 거쳐야 한다. 피해를 입증해야 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며, 또 법리적 다툼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손에 쥐어지는건 거의 관례적으로 10만 원 안팎인 것 같다. 공동 대응이 아닌 이상 행정비용이나 변호사 수임료를 제외하면 손에 쥐는 것은 많지 않다. 소송을 진행하다보면 내 개인정보가 이정도 가치밖에 안됐나.. 라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역대 최대', '사상 최고액' 같은 수식어는 결국 TV쇼를 위한 용어들이 아닐까. 국가가 이정도로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과징금을 때렸으니, 국민들은 마음에 위안을 얻으라 하고, 기업에는 면죄부를 준 청구서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면 보안 투자는 줄어들고, 또 침해 사고는 일어나고, 또 다시 과징금을 내고, 면죄부를 받고. 이런 일련의 사건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침해사고가 일어나면 과징금만 때릴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당시 시점의 가입자들에게 얼마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같이 이뤄질 필...

[오늘은 생각중] 국산을 애용하자고 하기 전에 품질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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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구매한 초소형 전기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국산 중에서도 나름 고가이기도 하고, 블랙박스라는 것이 잘 보이기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해 설치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구로 이사오고 나서 차선 변경이나 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을 빈번하게 하는 사례를 보았고, 한 번은 사고가 날 뻔 했기 때문에 신고를 하려고 굳이굳이 블랙박스에서 메모리카드를 분리해 영상을 확인해봤다. 그러나 녹화된 영상 속 화질은 너무나 처참했다. 가까이 있는 차량의 번호판 중 한글은 구분이 힘들었기 때문에 신고하기를 포기했다. 국산 블랙박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신고를 하려다가 이런 경험으로 포기한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거리에서 찍힌 블랙박스 확대본. 국산은 글자가 뭉개져서 잘보이지 않지만, 중국산은 잘 보인다. 또다른 차량에 달려있는 중국산 블랙박스는 국산 블랙박스의 절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기능이 모두 들어가있다. 무선 접속을 포함해 GPS까지 포함한 가격은 18만 원, 후방 카메라를 포함시키면 20만 원 중반대지만, 국산블랙박스 본체가 35만 원이고, 와이파이 동글이나 GPS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질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중국산이 더 낫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우리 물건을 애용하자는 국산장려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단지 '국산'이라는 이유로 쓴다거나, 더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블랙박스도 AS를 이유로 국산이 더 좋다고 홍보를 하지만, 사실 그 AS라는 것도 보면 수리해서 보내주는 것이 아닌 동급의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물건이나 다름이 없고, 실제로 중국에서 조립해 오는 물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걸 진정한 국산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든다. 얼마전 알리익스프레스가 조건부로 지마켓을 조건부로 인수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때 국내 온라인쇼핑몰 최강자 중 한 곳이었던 지마켓이 중국 자본에 넘어간 것이다. 공정위는 알리익스프...

[오늘은 생각중] 불법기지국 사태, 이번엔 얼마나 갈까

'냄비근성'이라는 말이 있다. 양은냄비에 열을 가하면 금방 뜨거워졌다가, 불을 끄면 금방 차가워지는 것에 빗대 국민들이 어떤 이슈에 과열양상을 보이다, 여론이 식으면 금방 무관심해지는 현상에 빗댄 것이다. 안전과 보안이 그렇다. 사고가 나면 가열차게 안전 점검을 하고, 미비점을 찾지만, 언론에서 사고가 사라지면 과거로 회귀한다. 오늘 만난 경찰도 비슷한 소리를 했다. 인력과 시간, 비용의 한계탓에 테마를 정해서 집중 점검을 하고, 기간이 끝나면 또 다른 테마에 집중해 단속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전의 테마는 다소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KT 불법기지국 사태의 범인이 공항에서 붙잡혔다고 한다. 용의자는 차량에 소형기지국을 싣고 다니면서 지역을 돌아다녔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소액결제를 했다고 한다. 이미 수년 전에 펨토셀 기술의 문제점이 언급됐음에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가 사태가 터지자 부랴부랴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은 언제쯤 개선이 될지 알 수가 없다. 통신사도 문제가 터지면 그때 보완하겠다는 입장인데, 내가 피해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통신업계는 보안 강화를 이유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뜰폰, 부가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매년 성과금을 수백만 원씩 뿌리면서 정작 고객 보안에 쓸 돈은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해킹 기술을 해마다 발전을 하는데 보안 관련 비용은 해마다 줄고 있다. 그나마 SKT, KT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 2년은 보안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2년 후에는 어떨까. 새로운 해킹 기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보안 예산은. 줄어들까? 아니면 늘어날까?